우편투표 : 투표소에 안 가고 투표하는 방법

 

 

미국의 모든 주에는 유권자들이 선거일 당일에 투표소에 가지 않고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투표를 부재자투표 라고 부릅니다.

 

 

부재자투표는 우편, 이메일, 팩스, 온라인 투표 등을 포함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그 중 우편투표입니다.

 

최초의 부재자투표는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때 있었습니다.

 

집을 떠나 전장에 있던 군인들이 우편으로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부재자투표 중에서도 우편투표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셈이죠.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우편투표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진행됩니다.

 

투표용지가 유권자의 집으로 발송되면 투표용지에 기표를 한 다음 투표용지를 회신봉투에 담아 발송하거나 지정된 투표용지 수거함 또는 선거사무소에 직접 제출합니다.

 

 

​누구나 우편투표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우편투표 자격을 제한한 주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현역 군인이나 상선 선원들은 이와는 별도로 관련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부재자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2020년 7월 기준) 콜로라도, 하와이, 오리건, 유타, 워싱턴주는 모든 선거를 우편투표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편투표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투표용지가 모든 유권자들의 집으로 배송되는 거죠.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의하면 현재 34개주에서는 유권자들이 우편투표를 자유롭게 선택(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7개주에서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우편투표를 허용하고 있고요.

 

9개주와 워싱턴DC에서는 신청하지 않아도 모든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 용지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 대선 관련 뉴스에서 ‘조기투표 참여율이 높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기투표는 우편투표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둘 다 선거일 전에 미리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조기투표에는 투표소에 직접 가서 하는 현장 투표도 있거든요.

 

 

조기투표 역시 ‘선거일 당일에 투표를 할 수 없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질병, 근무 등)가 있어야만 허용하는 주가 있는가 하면 특별한 제약이 없는 주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조기투표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 주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2016년에는 전체 투표자 중 36.6%가 조기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부재자투표가 2013년부터 사전투표 제도로 변경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선거일에 부득이하게 거주지의 지정 투표소에 갈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다른 일이 있는 사람도 편의상 누구나 전국의 사전투표소에서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죠.

투표를 더 쉽고 간편하게 만들면 투표율이 높아지는 당연한 이치

 

흔히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고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죠.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할수록 선출된 정치 지도자의 대표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투표율이 30% 밖에 안 되는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과 투표율 80%인 선거에서 뽑힌 대통령이 똑같을 수는 없겠죠?

 

미국은 투표율이 낮기로 유명합니다.

 

2016년 미국 대선 투표율은 그나마 조금 올랐는데도 56%에 그쳤고, 1970년대 이후로 대선 투표율이 60%를 넘었던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2017년 한국 대선 투표율은 77%였습니다.

 

 

우편투표는 미국에서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권장되곤 했습니다.

 

투표를 더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서 투표 의지를 높이자는 취지였죠.

 

예를 들어 투표소가 집에서 너무 멀거나 직장 때문에 선거 당일에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에서는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주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편투표가 가능하다면 ‘나도 한 번 선거에 참여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장애를 가진 사람들,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우주탐사 임무를 수행중인 사람들(실제 있었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의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우편투표는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례로 2014년부터 모든 선거를 우편투표로 전환할 수 있게 허용한 유타주의 경우, 2016년 선거에서 전면 우편투표를 실시한 카운티의 투표율은 현장 투표소를 운영한 카운티보다 투표율이 5~7%p 높게 나타났습니다.

 

 

미국 내의 통념과는 달리 우편투표 확대가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지는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편투표가 훨씬 돈이 덜 든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올해 대선은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우편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투표소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그만큼 감염 위험도 높아지니까요.

 

 

이런 흐름에 맞춰서 네 개 주가 우편투표 신청 사유 제한을 폐지하면서 ‘대세’에 합류했고, 몇몇 주 정부들은 관련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이로써 역대 가장 많은 유권자가 우편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편투표를 신청한 사람의 수도 급증했고요.

 

​우편투표 좋은 건 알겠는데... 조작 가능성은 없는 거야?

 

우편투표의 조작 등으로 인한 부정 선거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입니다.

 

일부 부정 사례들이 그동안 발견되기는 했지만, 선거 결과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할 만큼 그 규모가 작다고도 하고요.

 

 

그럼에도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에서는 지폐를 인쇄할 때처럼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용지를 활용하기도 하고, 어떤 주에서는 투표용지 회신 봉투에 고유 정보가 담긴 바코드를 새겨넣기도 하죠.

 

가장 널리 쓰이는 검증 방식은 서명검증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냥 투표소에 신분증만 들고 가면 되지만, 미국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려면 미리 유권자등록을 해야 합니다.

 

선거 당일 등록을 허용하는 17개주와 워싱턴DC를 뺀 나머지 대다수 주에서는 등록 기한을 놓치면 투표를 아예 못하게 되는 거죠.

 

어쨌든 보통은 유권자 등록을 하거나 운전면허증을 만들 때 서명을 등록하게 되는데, 이렇게 미리 등록되어 있는 서명과 투표용지 봉투에 기입된 서명을 대조해 우편투표용지의 진위를 판별하게 됩니다.

 

물론 주마다 검증 방식 및 기준은 천차만별이어서 서명은 하되 검증은 하지 않는 주도 있습니다.

 

어떤 주에서는 ‘A씨가 서명을 한 게 맞다’는 증인이나 공증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주에서는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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